2024년 12월 31일

2024년의 마지막 날을 조용히 보내고 있다. 잘못 뽑은 대통령 때문에 시국이 어수선한 데다가, 비행기 사고라는 대형 참사까지 겹쳐 더더욱 연말이 조용하다. 어차피 나는 연말을 조용히 보낸 지 오래, 그리고 이제는 새해 카운트다운도 보신각 타종도 안 봐도 그만이 된 지도 오래이다. (예전에 한 번 연말에 케이블로 무슨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그 영화를 보는 중에 자정이 지나서 타종을 못 봤는데, 막상 그렇게 놓쳐도 아무렇지 않게 된 뒤로는 굳이 꼭 그걸 봐야 할 필요성도 못 느꼈고, 딱히 별다른 특별한 느낌도 없기 때문에...)
그래도 이왕 2024년을 보내는 김에 지난 한 해 동안 나에게, 혹은 주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겨우겨우 떠올려서 '나의 2024년 10대 뉴스' 같은 걸 생각해 봐야겠다.


나의 2024년 10대 뉴스

달라진 근무 환경
어쩌다 보니 혼자(one-man) 남았다. 사실 회사 동료들이 인간적으로 별로인 사람들이어서 그들과 사무실에서 같이 일할 일이 없다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프리랜서 형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회사 업무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고, 그들의 업무 일부 뒤치다꺼리를 해야 해서 그것도 스트레스이긴 하다.) 사실 나는 혼자 내 일에만 집중하는 게 좋은데, 그들은 별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사무실에 동료가 없다는 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 대신 나에게는 이전에 연락한 적이 없던 다른 지사의 동료들이 생겼다. 예전에는 주로 필리핀에 있는 고객지원팀 동료들(다들 친절함)과 업무상 메일을 오래 자주 주고받았는데, 이제는 홍콩, 미국에 있는 몇 직원들과 메일을 주고받는다. 이전엔 보통 웨비나 정도에 그쳤는데 이젠 나와 매주 Zoom으로 미팅을 하는 동료들(스웨덴, 독일)도 생겼다. 물론 여전히 내 발영어로 그들과 미팅하는 게 편하지는 않고, 얼른 우리 사무실 환경이 안정돼서 이 미팅이 완전히 끝나버렸으면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멀리서나마 나에게 인사해 주고 내 업무에 대해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내 이전 동료들보다 더 친절하게 느껴진다. 사장님도 개인적 사정으로 조기 은퇴를 하셨고 사실 그게 이 모든 환경을 바꿔놓은 계기이긴 했지만, 이후에 사장님은 나에게 본인이 더는 내 상사가 아니라 이제 일반인이니까 편하게 대하라며, 말하고 싶으면 언제든 전화하라고까지 했다. ^^ 아마 다른 프리랜서 직원들보다 내가 더 편하겠지. 하지만 나는 내가 먼저 전화해서 수다 떠는 건 안 한 지 오래 됐다. 나도 담당 업무가 바뀌면서 이전에 귀찮았던 거래처 방문과 그들의 귀찮은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그런 게 없어져서 좋긴 하지만, 대신 이전에 다른 직원과 나눠서 했던 업무를 혼자 다 하니 정신이 없다. 그 사업도 타 업체로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어서 그만큼 일이 훨씬 더 많아졌다. 한동안은 그래도 나의 애사심으로 즐겁게 일했지만, 혼자 너무 많은 걸 책임지고 해야 하는 상황이라, 번아웃이 오지 않게 적당히 잘 조정해서 하도록 노력해야지.

참, 스웨덴의 동료 하나가 우리와 협업하는 F사 직원들과 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내 의견을 물어봤는데, 나는 별 상관없다고 했다. 어차피 매일 출근하진 않으니까. 하지만 혹시 몰라서 사장님이 나에게 양보한 본인의 자리... 대신 사장님이 쓰시던 책상을 내 책상과 맞바꾸었다. 그 책상이 내 책상보다 한 뼘 정도는 더 크니까. ^^ 최근에 바꾸는 김에 책상의 방향도 바꾸었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든다. 내년에는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기를...

냥이들의 임시 집사 노릇
작년에 한 번 R 부부네 고양이 3마리를 cat-sitting을 해 줬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세 번이나 더 했다. 작년에는 3일 동안 봐줬는데, 하루는 당일치기로, 다음날은 낮에 갔다가 다음 날 저녁에 집에 돌아왔었다. 올해는 고양이가 4마리가 되었다. -_-;; 그리고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집에 가지 않고 내내 그 집에 냥이들과 함께 머물면서 돌봐줬다. (4-5일) 다행히 이집 냥이들은 나와 잘 지냈고 나를 좋아한다! 한 마리 좀 성질 더러운 녀석이 하나 있는데 - 성질과는 달리 생긴 건 매우 귀엽다. 아쉽게도 쓰다듬어줄 수 없는 녀석인데 (손이라도 댈라치면 냥냥펀치가 날아옴 ㅠㅠ) 그래도 내 주변에 꽤 어슬렁거리고, 먹을 걸 주면 가만히 잘 있는다. 나머지 녀석들은 대부분 내가 쓰다듬어주면 좋아했다. 아마도 내가 밥도 잘 챙겨주고 화장실도 잘 치워주고 그래서가 아닐까 싶지만, 어쨌든... 고양이는 고사하고 반려동물 한 번 키워볼 기회가 없었던 나로서는 임시로나마 집사 노릇을 해 보니 나름 재미도 있었다.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사실 나는 가족들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혼자서는 키울 자신이 없다. 그나저나 친구 부부가 고양이 집사답지 않게 (나를 믿고) 여행을 너무 자주 가는 것 같기도 해서;; 하반기에는 미리 cat-sitting을 거절했다. (그 사이에 그 집은 고양이가 다섯마리로 늘었다. 😦) 내년에 기회가 되면 그 때 다시 해 주기로 하고.

난생 처음 병원에 입원! (1주일)
예상치 못한 독성 간염으로 병원에 갑자기 입원하게 됐다. 병원 입원이란 게 그렇게 번거롭고 귀찮은 일인 줄은 몰랐다. 의사가 입원해서 1주일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길래 그냥 그런 줄 알았는데, 환자복 입고 24시간 내내 팔에 링거 바늘을 꽂고 있는 것도 불편하고, 그 상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너무 불편했다. 샤워도 자주 할 수 없어서 힘들었고... TV나 영화에서 보는 '병원 입원'과는 느낌이 달랐다. 올림픽 기간 중에 입원해서 올림픽 경기도 제대로 본 게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입원 환자들은 아무리 젊어도 거의 50대 이상인 것 같아, 내가 제일 어렸던 것 같다. 식욕도 별로 없고 해서 체중도 줄었는데, 병원식이 의외로 맛있어서 식욕이 돌아올 때 되어서는 정말 잘먹었다. 팔에 링거를 꽂은 상태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는데, 정말 병원식 기다리는 게 낙이었다. ㅋㅋ 처음 세 끼는 식욕이 없어서 죽을 먹었는데 오히려 죽이 더 식욕을 떨어뜨려서 조금씩이라도 밥을 먹겠다며 일반식으로 바꾸었는데, 잘 맞아서 열심히 먹었다. ^^ 매 끼니마다 찍었던 병원식 사진. (한 끼를 더 먹었으면 정말 1주일 꽉 채웠는데 점심 먹기 전에 퇴원하느라...)

가끔 특식 신청도 받았는데, 그냥 주는대로 받아만 먹는 것보다 가끔 그렇게 다른 메뉴를 신청해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처음에는 밥 반 공기씩만 겨우 먹었는데, 몸이 회복되면서 먹는 밥의 양도 늘었다. 막판에는 거의 한 그릇 다 먹었던 듯. ㅋㅋ (음식은 남기면 못쓴다.)
수액도 꽤 많이 맞았고 매일같이 채혈도 해 가고;; 여튼 다행히도 병원에서 그렇게 병원식을 잘 먹었음에도 줄어들었던 체중을 유지해서 좋았다. 계속 그 체중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랬는데 ㅠㅠ

건강의 중요성을 많이 느낀 해
독성 간염으로 응급실과 소화기내과를 거쳐 입원 병동까지도 갔지만, 그 외에도 여러 병원에 다녔다. 위염/식도염 증상으로도 내과에 갔고, 피부에 안 맞는 화장품을 썼다가 얼굴에 알러지가 생겨 부어올라 피부과에도 갔고, 환절기 감기 증상으로 이비인후과에도 갔는데 약을 생각보다 오래 먹었는데 증상이 금방 낫지 않았다. 병원은 아니지만 안마센터에도 가 봤고, 한의원과 한방병원까지도 가 봤다. 지긋지긋한 병원들... 병원비는 둘째치고 약 먹는 것도 지겹고 오래 먹다가 내 장기에도 안 좋을 것 같아서, 여튼 병원 다닐 일을 최대한 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지만.

C와 보낸 소중한 시간들
올해도 나의 소울메이트(!) C와 만날 기회가 있어 좋았다. 올해의 첫 만남은 사실 별로였다. 내가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C는 여유 부리다가 퇴근시간 교통체증과 겹쳐 늦게 오는 바람에 공항에서 혼자 1시간 여를 더 기다려야 했다. -_-; 예전 같았으면 기분 나빠서 속으로 엄청 화냈을 텐데,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관대해진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러려니(?)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어쨌든 이후에도 뭐 그럭저럭 잘 지냈다. 피곤할 텐데 나를 위해 Cooperstown까지 운전도 해 주다니 너무 고마웠다. 당일치기로, 편도 4시간을... ㅠㅠ 같이 보낼 시간을 더 많이 만들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14-15일 중에 5-6일 정도 봤던가...) 그래도 즐거웠다. :) 우리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이라서, 자주 못 보지만 올해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Mets 덕분에 즐거웠던 한 해. 특히 Citi Field의 승리요정!
작년의 Mets 성적이 워낙 엉망이라 별 기대가 없었는데, 시즌 후반부에 꽤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뉴욕까지 갔으면 당연히 Citi Field에 가야지? 작년에는 날씨가 워낙 좋지 않아 일정이 바뀌고 그러는 바람에 더블헤더도 볼 수 있어서 Yankees 경기 1개와 Mets 경기 4.5개를 봤었는데 (돈 주고 본 건 3경기), 올해는 날씨가 너무 좋아 더블헤더는 못 봤지만 홈 경기 7일 연속으로 있었는데 그 중 5개(모두 표값 낸 경기)를 봤다. 첫날 건 보러 갈까 말까 하다가 라디오로 들었는데 간신히 이겼고, 다음날 3개를 봤고 하루 쉬고 2개를 보러 갔었는데, 하루 쉬고 뮤지엄에 갔던 날만 참패하고 그 날 뮤지엄 대신 Citi Field에 갔었어야 했다 ;; 나머지 내가 Citi Field에 가서 본 경기들은 모두 이겼다! 언제 내가 Mets의 승리요정이 된 거지? 숙소에서 기차를 타고 30-40분 즈음 가서, 거기서 또 지하철을 타고 30-40분 가야 나오는 경기장을 무려 5일이나 다녀온 내 스스로가 참 대단했다. 심지어 나는 사람 엄청 많은 곳에 가면 불편해 하는 극도의 집순이 아닌가! 이런 내가 수만 명이 있는 야구장을 매일같이 갔다는 건, 그만큼 내가 Mets 경기와 선수들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실제로 보러 갔던 경기 모두 이겨서 정말 다녀온 보람이 있었다. 솔직히 숙소에서 TV로 경기를 볼 수 있었다면 그만큼 가진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MLB에서 정작 해당 지역은 blackout을 걸어놨는지 볼 수 없었으니 할 수 없이 갔어야 했다. 아슬아슬한 상황이라 '이러다 질 것 같다' 싶을 때 C는 내가 lucky charm이라며, 내가 Citi Field에 있는 한 이길 거라고 - 정말 이겼다. ㅋㅋ

친환경에 가까워지는 삶?
나는 제로웨이스트 같은 것에 관심이 없지는 않지만 철저하게 행할 정도의 인간은 못 된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덜 만들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회사에서 그럭저럭 가까운(?)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문을 닫게 되었다며, 그 전에 할인 판매를 한다기에 가서 좀 쓸어왔다. 물론 그 자체가 내 스스로를 제로웨이스트 인간이라고 하진 않지만, 거기 들락거리면서 나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세제 구입을 줄이고, 내용물만 덜어서 사는 것에도 꽤 익숙해졌다. 이미 집에 이런저런 샴푸/바디워시/세제 등이 많이 있는데, 다 쓰면 가능하면 비누(바) 형태의 샴푸 등을 주로 쓸까 싶다. 일회용품도 가능하면 안 받으려고 하고... 잘 안 입는 옷들은 이제 버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헌옷 수거함에 넣어가도 이게 정말 활용되기보다는 결국은 소각되거나 하는 일이 많대서, 몇몇 옷으로는 뭐라도 만들어야(?) 하나 생각 중이다. 하다 못해 파우치라도 만들겠지...?

한 번이지만 서울까지 운전
금호동 근처에 살던 동생 부부가 이사를 했다. 이전에도 이사한 적은 있지만 그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강 밑으로 내려왔다. 조용한 동네이고 지하철역에서 매우 가까운 역세권으로 옮겨왔다. 우리집에서 가까워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집에 자주 가거나 할 일은 없다. 그래도 한 번 집 구경 삼아 가족이 다녀온 적이 있는데, 내가 운전을 했다. 이전 동생 집에도 한 번 갔었는데 그 때보다 훨씬 짧은 구간이지만 그래도 다녀본 길이 아니라 긴장하면서 갔다. 편도 30분도 안 되는 거리이지만 신호등이 있어 가다 서다 하는 길보다는 고속화도로 같은 곳을 계속 달린다. 물론 별 문제없이 잘 다녀왔고 실제로 내 운전 실력이 괜찮은 편인데 (게다가 안전 운전!) 평소에 운전을 거의 안해서인지 집 근처 다닐 때 빼고는 여전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네... 가기 전에도 미리 지도와 거리뷰로 보고 다녀왔는데, 네비게이션에도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1년 동안 미국에서 가방을 5개나 구입 (직구 포함)
올해 가방을 5개나 샀던데 큰 거 하나, 중간 사이즈 하나, 그리고 작은 거 3개. 평소에 짐이 많다 보니 원래 작은 가방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나이들수록 짐이 많은 게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작은 가방에 관심이 생긴다. 사 놓고 보니 모두 미국에서 구입/주문한 가방들이다. 그 중 작은 가방 3개는 동일 브랜드. 국내에서는 비싼 경우가 많아서. 현지에서 예뻐서 눈에 들어왔는데 할인 품목이 아니어서 포기했다가, 한국에 돌아온 후 이런저런 할인행사가 겹쳐서 구입한 것도 있다. 어떤 건 의외로 할인이 별로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구입하기 치열한 것 같아 겨우 샀는데, 그러고 나서 한두 달 지나니 가격이 뚝 떨어진 것도 있고 (아까비)...근데 가방 5개 가격을 다 합해도 웬만한 명품가방 한 개 값도 안 된다. 그럴 거면 그냥 비싼 명품가방 하나 사는 게 낫지 않냐 할 수도 있겠지만, 여튼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가방들이라 나는 그게 더 좋다. 너도 나도 다 드는 그런 가방은 내가 안 좋아하다 보니... 그래도 이제 내년에는 아무리 다른 오래된 가방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새 가방은 사지 않으리라.

역대급 체중
아프고 나서 식욕이 떨어지면서 체중이 3-4kg 가량 줄었다. 병원에서 1주일 동안 병원식을 먹으면서, 맛있게 먹어도 체중이 늘지 않아 좋았는데... 그리고 퇴원 후에도 한동안은 그 체중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계속 이 체중을 유지하자는 목표가 있었지만, 몸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체중이 다시 원상복귀되었고, 심지어 요요가 와서 이전보다 더 체중이 늘었다. 이전에 한 번도 체중계에서 본 적 없던 숫자가 나타났다. 이건 아줌마 몸무게도 아니고, 아저씨 몸무게 아닌가? ㅠㅠ 내 옷들은 타이트한 옷이 없는데, 그런 옷들이 점점 타이트해지는 것 같다. 그냥 단순히 뱃살이 쪘다, 허리둘레가 늘었다, 그런 게 아니라 몸통 전체에 살이 붙은 듯.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내년 새해맞이 목표에 체중 조절 관련 부분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수 밖에.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중
나이들수록 뭔가 좀 관대해지는 느낌? 그걸 전부터 받긴 했는데 갈수록 더 그렇게 된다. 그 말이 내 스스로가 참 관대하다기보다는,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바뀌는 것 같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고 싶지도 않고, 누구 편을 들 생각도 별로 없고, 같이 있으면 썩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최대한 피하거나, 만나더라도 그들의 얘기에 그렇게 몰입하거나 공감할 생각도 별로 없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있고, 각자가 다 다른 만큼, 좋게 말하면 그 다름을 존중해 주는 거고, 솔직히 말하면 이해보다는 그냥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게 속이 편하다. 어릴 때만큼의 승부욕도 별로 없어져서 어찌 보면 경쟁에서 밀리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는데, 더 높은 곳, 더 많은 돈을 향하는 건 나 같은 과민;한 성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 내 스스로와 비교될 만한 사람들이 주변에 별로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어릴 때야 뭐 엄친아/엄친딸 같은 애들과 은근히 비교를 당하긴 했지만 (사실 대놓고 비교한 건 아니라도 '누구네 애들은 어떻더라' 라는 소리를 들으면 괜히 기분이 나빴다) 지금은 다행히 예전에 비해 그런 비교가 줄었고, 무엇보다도 남이 어떻게 사는지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관심이 없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테니 딱히 부러워할 것도 없음. 그냥 내 스스로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신경쓰지 말고 그냥 내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면 된다는 쪽으로 많이 굳어졌다. 그리고 나에 대한 타인의 관심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어졌다.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아서 그런가...?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가까운 친구 중에 그런 걸 열심히 하는 친구가 거의 없고, 평소에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 친구라면 그런 걸 보면서 이 친구가 어떻게 살고 있구나 알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 친구가 나에게 얘기하지 않는 한 소셜미디어를 찾아보면서까지 알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욕도 좀 줄었다. 이렇게 말하면서 위에 가방 5개 샀다는 건 뭔데 예전에는 비싼 거 아니면 좋아하는 거는 사고 싶은 게 많았고 웬만하면 사려고 하는 편이었다면, 요즘은 '이게 나한테 정말 필요한가', '나한테 이미 비슷한 게 여러 개 있지 않나' 등을 생각하면서 전보다 확실히 자중하게 된다. 어릴 때 나는 수첩이나 다이어리 같은 걸 좋아해서 그런 걸 문구점에서 많이 샀다. 내 취향이면 그냥 사고 본다. 그렇게 쓰지 않은 수첩과 다이어리가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걸 보면서, 이것들을 하나씩 좀 써야겠다 하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전에는 아껴놓고 안 쓰던 물건들도 '이거 아껴서 뭐하나' 싶은 생각에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써서 조금씩 없애가야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 ^^ 소비가 줄었다는 건 아니지만 여튼 전보다는 조금 덜하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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