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III (21-31일)
부모님이 친구분들과 1주일간 중국 여행을 다녀오셨다. 처음엔 몽골 얘기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네이멍구라고도 불리는 '내몽골'(중국 자치구)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고, 여행 일정표를 따라 지도를 살펴 보니, 중국 여행이라기보다는 중국 만주 지역 여행 같았다. 중국으로는 배를 타고 다녀오셨는데, 타고 내리는 곳이 단동이었다. 단동은 지도로 보니 북한 바로 옆에 있는 곳이더라... 중국 여행에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었던 데다가 워낙 지리에도 약한 편이라 잘 몰랐는데, 그래도 지도로 이곳 저곳 찾아보니 재미있었다. 언젠가 나도 그 동네로 여행을 가 볼 날이 있을까? 사실 중국의 일부 비위생적인 것들을 참아낼 자신은 없다. (엄마가 그걸 힘들어하셨던 걸로 들어서...)
부모님이 여행 중이신 동안 나는 앞으로 국내 여행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야구 보러 뉴욕에라도 갔을 텐데, 어차피 환율도 오르고 내 경제 사정도 좋은 편은 아닌 데다가, 무엇보다도 Mets의 성적이 너무 형편없어서 보러 가는 게 시간+돈+에너지 낭비여서 일찌감치 포기. 그동안 뉴욕은 코로나 때 빼고는 1-2년에 한 번씩은 갔었는데, 이번에는 2년에 한 번도 못 가게 되었네... 사실 Stearns 때문에 Mets에 대한 관심이 급감한 것도 있다. 아니, 관심이 떨어진 것보다는 그 동안 좋아했던 선수들이 많이 팀을 떠나서 그냥 이 팀이 낯설어져 버렸다. 더는 프랜차이즈라 부를 만한 선수도 없다. Juan Soto가 프랜차이즈 선수가 되는 걸까...?
그나저나 국내 여행이라고 해도 내가 열심히 돌아다닐 열정도 에너지도 없다 보니, 지난 번처럼 영화제 같은 거 보러 다니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아예 그 기간에 워케이션을 떠나 볼까 싶기도 하고... 여튼 국내라도 잠시 집/회사를 벗어나 있어볼까 고민 중.
뉴욕에서 일하는 친구가 잘 지내고 있나 오랜만에 연락해 봤는데 곧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그럼 한국에 와서 한 달 정도 있다가 다시 가족들이 있는 서부로 갈 예정. 쉬면서 아마 서부 쪽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모양이다. 친구가 처음 일할 때만 해도 (상대적으로) 뉴욕에 자주(?) 가는 나에게 놀러오라며, 오면 자기 스튜디오에서 재워줄 거라고 해서 기대했다가... 하필 Staten Island라서 과연 가능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거기에 갈 일은 없게 되었다... (어차피 거기서 Citi Field는 너무 멀게 느껴져서... ㅠㅠ)
Cookie의 KBO 진출 소식! 정말 예상하지 못한 거라 놀랍다. 사실 Carrasco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Mets에 있었을 때 그다지 인상적인 투수는 아니어서;) LG Twins에서 그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무리 메이저리거라지만 KBO는 한물 간 선수를 데려오는구나 그랬는데... 그래도 KBO에서 지금까지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베테랑이고 경력이 많은 선수라고 하니... 여튼 기대된다. Carrasco를 집에서 TV로 보게 되는 날이 오다니... 물론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나이 많은 선수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한참 어림 이왕 한국에 와서 뛰는 거 적응 잘 해서 한국에서의 (말년) 야구 인생을 즐기기를... 주변에 LG 팬들이 널렸지만 전혀 관심없었는데 Cookie 덕에 경기 중계방송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엄마가 온갖 채소와 과일을 집(냉장고)에 두고 아빠와 여행을 다녀오시는 동안, 나는 그것들이 상해서 못 먹게 되기 전에 얼른 먹어치워야 했다. -_-; 그래서 혼자서 편하게 자유를 누리리라 했던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부엌에서 보냈다. 손이 빠른 편도 아닌데, 식재료들을 다듬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치우는 데 내 피같은 시간을 다 썼다. ㅠㅠ
술병이 들어있는 장식장을 구경하다가 와인이나 한 잔 먹어야지 하고 와인병을 꺼냈다. 개봉된 와인병을 잔에 따르니 한 잔 정도... 그렇게 한 병이 장식장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개봉한 와인이 또 있나 찾아보다가, 뭔가 화이트 와인 느낌이 나는 병을 집어들었다. 근데 백포도주가 아니라 샴페인이더라. 개봉하지도 않은 샴페인인데, 뭔가 이상했다. 우리집에 샴페인이 있을 리가 없는데, 게다가 아직 마시지도 않은 술이라니... 누가 줬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샴페인 병에는 언제 제조했는지, 혹은 소비기한이 언제인지... 연도가 적혀있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한글 라벨도 없어서 누군가가 외국에 여행 가서 사 왔거나 혹은 외국에 사는 누군가가 선물했거나 그런 건가 싶었다. 검색해 봐도 국내 유통이 안 되는 샴페인인지, 아니면 인기가 없는 샴페인인지, 여튼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병을 찬찬히 보는데, 프랑스 샴페인인데 미국 뉴욕에서 수입한 것으로 되어 있다. 뉴욕? 잠깐... 갑자기 오래 전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은 연락이 완전히 끊긴 지 오래 된, 현지에서 알게 됐던 사람이 있다. 모로코계로 추정되는 프랑스 사람이었는데, 나에게 선물로 술을 4병이나 줬다. 비싼 거 아니라며... 아마 회사에서 많이 구비해 둔 것 같았다. 역시 프랑스 인간들 여튼 4병 중 2병은 레드 와인, 1병은 화이트 와인, 나머지 1병은 샴페인이었다. 4병을 다 들고 한국에 오기는 힘들 것 같아 1병은 C, 다른 1병은 당시 지내고 있던 브루클린의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선물로 주고 2병만 가지고 왔다. 그 중 1병이 샴페인이었던 건 기억나지만, 갖고 온 지가 언젠데 '이미 갖고 와서 다 마시지 않았나' 의구심이 들 때 즈음... 그 때 선물받은 술이라고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컴퓨터로 오래 전 여행 사진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두둥~ 사진 발견!
최근 발견한 샴페인... 그리고 오래 전 여행 때 선물받아 숙소에서 사진으로 찍은 술
(4병 받았는데 2병은 같은 술이었다. 아마 레드와인 2병이었나...)
그렇다면... 저 술을 선물받은 게 2010년 9월이었으니, 거의 16년이 다 됐다는...! 물론 오래될수록 좋은 술도 있긴 한데, 샴페인은 어떤지 잘 모르겠더라... ㅠㅠ 그래도 AI의 조언에 따르면 미개봉한 거면 냄새나 맛이 이상하지 않으면 마셔도 된다는, 아주 원론적인 답변을... ;;; 여튼 코르크 마개 열 때 펑 소리도 났고 (사실 별 생각없이 코르크를 돌려 열다가 펑 해서 깜놀 ㅋㅋ) 따를 때 탄산도 좀 있던 것으로 보아 상태는 양호한 것 같았다. 그래도 오래된 술인 만큼 빨리 마셔야 할 것 같아, 부모님이 여행에서 돌아오시기 전에는 다 마셔야겠다 생각했다. 1병의 양은 750ml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이걸 금방 마시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마음 먹고 주말 저녁 때 몇 잔 마셨더니 오랜만에 헤롱헤롱한 느낌이 들었다.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뭔가 어지러운 느낌... 이런 느낌도 참 오랜만이다. 워낙 술을 잘 안 마시니... 게다가 술 좋아하시는 아빠도 약 때문에 술을 드실 수 없고, 엄마도 잘 안 드시기 때문에 어차피 이거 마실 사람은 나 뿐이다. 게다가 내게 이 술을 선물해 줬던 그 사람과 더는 친구도 아니고 그다지 좋았던 기억은 별로 없어서 '먹어치워 없애자'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그래도 그냥 싱크대에 부어서 버릴 생각은 안 하고 굳이 위장에 넣으려고 함 ㅋㅋ) 덕분에 이 술은 이틀 사이에 없어졌다... ㅋㅋㅋ 🍾🥂😋😊 보코치니와 프로슈토를 넣어 만든 토마토 샐러드도 좋은 안주였고, 냉동실에 들어있던 짝퉁 보일링 씨푸드 요리도 샴페인과 먹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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