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II (11-20일)

R 부부가 회사 근처로 놀러와서 같이 밥 먹고 수다를 떨었다. 어차피 반차 쓸 생각으로 만나서 나도 그들과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여름에 조카들과 해외로 길게(열흘 이상) 떠나는 그 부부는 이제 나에게 고양이를 봐 달라고 하지 않는다. 고양이를 봐 주는 대신 숙소(집)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가 있는지, 그걸 애용하고 있다. 고양이 봐 줄 겸 숙박비 안 들고 한국에 여행 오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가 보다. 사실 나는 그들의 여행 기간 내내 고양이를 봐 줄 수는 없었고, 최고 오래 봐 준 게 4박 5일이었다. 처음에는 수고비 같은 걸 줬는데, 아빠 말대로 친구 부탁을 돈 받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고양이를 봐 주면서 밥은 먹어야 하니 식비 명목으로 조금 받았다. (결론적으로는 수고비나 식비나... 그런 느낌 ㅋ) 하지만 그 사이트를 이용하면 여기저기 부탁해서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고양이를 봐 줄 필요도 없고, 그들에게 수고비나 식비를 줄 필요도 없으니 그들에게는 더 낫겠지만... 근데 솔직히 아무리 후기가 좋은 cat-sitter라도 나는 모르는 사람을 우리집에 와서 지내게는 못할 것 같다. (에어비앤비로 숙박업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모를까) 사실 나는 고양이가 있으면 성격상 그렇게 길게 여행을 다니지도 못할 듯.


복날... 나는 삼계탕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아무리 복날이라도 일부러 먹으러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냥 아무거나 먹기에는 뭔가 좀 아쉬워서, 대신 닭곰탕을 먹었다. ^^;








맛있긴 하지만, 닭곰탕을 자주 먹지는 않는다. 메인이 닭인데 이상하게 김치를 더 많이 먹는 건 기분 탓이겠지...?


회사에 갖다 놓은 화분이... 파릇파릇하게 잘 자라고 있지는 않다. 파랗게 새로 돋아나는 잎사귀도 있지만, 과습 탓인지 시커멓게 변해버린 이파리들도 간혹 보인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그냥 힘주어 뜯어냈는데; 그냥 놔두면 생각보다 쉽게 떨어진다. 뭐 햇빛 없어도 물 자주 안 줘도 잘 사는 화분이라고 데려오긴 했는데, 그래도 햇빛도 있고 바람도 잘 통하는 곳에서 아무래도 더 잘 지내겠지... 창문이 있지만 햇빛이 아닌 인공 조명빛이나 가끔 쬐고, 거의 항상 닫겨있는 작은 공간에서 얼마나 버티려나 모르겠다. '너도 나처럼 비실비실해지는가 보구나' 싶어 안쓰럽다...


집에서 핫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치아바타 비슷하게 생긴 빵을 갈라 페스토(무슨 페스토를 만들어 뒀던 건지 솔직히 생각이 안 난다... 미나리였나... 무슨 나물이었나... ;;)나 발사믹 글레이즈를 바르고, 거기에 느타리버섯+양파 볶은 것과 슬라이스 햄, 모짜렐라 치즈를 넣고 얼려 두었다가 먹을 때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었는데, 맛은 괜찮다. 밖에서 사 먹는 샌드위치 느낌? 근데 빵이 부드러운 치아바타가 아니라 겉이 질긴 거라 좀... -_-; 그리고 햄이 생각보다 별로였다. 이런 거 말고 잠봉 같은 걸 넣어야 어울릴 것 같고, 모짜렐라도 슬라이스 파는 거 넣었는데 맛이... 그냥 생모짜렐라 사서 잘라서 넣어도 될 듯. 미니 브레드라 자를 필요가 없어 괜찮겠다 싶어 사서 했는데, 2개를 먹게 되면서; 그냥 2배 크기의 일반 치아바타를 사는 게 나을 듯.


병원에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다. 피검사는 다행히 모든 게 다 정상이라고 했다. 당뇨도 갑상선도 간도 모두 정상이라 했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 얘기는 안 하네...) 다만, 근전도 검사 결과 역시 내 증상은 손목터널증후군이 맞았다. 다행인 건, 심하지 않아서 굳이 약을 먹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안 좋으면 약 먹고 그래도 안 좋으면 주사 맞고 그래도 안 좋으면 수술?) 그냥 평소에 손을 너무 많이 쓰지 말고 조심하면 될 것 같다.
문제는 다행히 병원 가기 이틀 쯤 전부터는 그렇게 손이 저리는 증상은 거의 없어졌는데, 대신 손이 뻣뻣한 느낌이 든다. 이 증상에 대해 물어봤는데 그 의사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신경 쪽 전문의인데 이 증상은 신경과는 상관없는 듯...)


최근 중고서점 두 곳에서 책을 다섯 권이나 샀다. 책벌레도 아닌 주제에 왜 이리 책에 대한 욕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대단한 책을 산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서점 가서 책 구경하며 시간 보내는 게 좋다. 책값이 4만원이 조금 넘었더니 무슨 행사 기간인지 약간 할인해 주었는데, 5만원 이상 사면 1만원을 할인해 준단다. 그렇다고 일부러 또 더 구경해서 5만원을 채우고 싶지는 않아 그냥 됐다고 했는데, 5만원 채우고 나올 걸 그랬나... ^^;


벌써 입사 20주년이 지났다. 내가 여기 20년을 버티고 있었다니 신기하다.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2년만 버티자'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20년이 되었다. 이 쥐꼬리 월급을 주고 성과급도 없고 딱히 (별 인기도 없는 공짜 CD 얻는 거 외에) 혜택도 없는 데다 직장 동료들도 너무 별로였던 이 회사에 무슨 애사심이 있던 건지... 물론 다른 나라/지사에 동료들(?)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 나는 혼자 남아있다. 사실 같이 일했던 동료들은 불편한 사람들이어서, 지금이 마음으로는 더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회사도 걱정되고 내 앞날도 걱정되고... 처음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다른 지사 동료들은 다들 걱정하지 말라며 '우리가 도와줄게' 이런 분위기였는데, 사실 그건 말뿐인 것 같다. 나도 꼼꼼해서 그렇게 업무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는데, 이 사람들은 나보다도 훨씬 느리다. 자기가 하겠다고 해 놓고 1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안 해 놓고 있거나... 파트너쉽을 맺은 회사 사람들과 처음 만났을 땐 다들 영어 실력도 대단하고 업무도 마치 LinkedIn에 올릴 만한 거창한 것들로 보였는데, 실제로는 별 도움이 안 됐다. 차라리 그 업무를 거기 넘기지 말고 내가 다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게 나았을 텐데. (일이 많아지더라도 차라리 그게 낫다... 지금은 일은 많은데 딱히 진전이 없는 느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내 입사 20주년 얘기를 C와 나누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C를 알게 된 것도 회사 다니기 전이었는데, 나 취직했다고 알렸을 때 한국어도 모르면서 어디서 찾았는지 (지금처럼 번역기가 그렇게 활성화된 시절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Chukha hamnida'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줘서 엄청 감동받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축하합니다'와 '축하해' 차이도 모르겠지만... 여튼 당시 나는 집안 문제와 개인사를 비롯,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취업 자리도 잘 나지 않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힘들고 지쳤던 때였는데, 사장님이 전화 와서 다음 날부터 출근하면 된다고 했을 때는 심지어 독한 감기에 걸려 몸도 안 좋았다. 하지만 아프다고 하면 고용이 취소될까 봐(?) 주말 지나고 다음 주부터 출근해도 될까요 하고 물어보고 그렇게 그 다음 주부터 출근했던 기억도 난다. ^^; 그리고 출근 첫날부터 중식집에서 짬뽕 주문해서 먹고 베이지색 셔츠에 짬뽕 국물 튀었던 것도... ;;;
어쨌든 요즘은 예전만큼의 애사심은 없지만, 그래도 다른 회사에 가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별로 없다. 이 나이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것도 힘들 것 같아서... -_-;;


퇴근길에, 아파트 뒷편에 여기 터줏대감 길냥이 3마리가 떨어져 앉아 있었다. ㅋㅋㅋ 얘네들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항상 셋이 보이긴 한데... 가족일까? 너무 궁금하지만 어디 물어볼 사람도 없고, 고양이들한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 여튼 자주 보이니 더 반갑고 좋다. 물론 얘네들 표정은 항상 썩은 표정들이라;; 전혀 반기는 얼굴이 아니지만.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2025년 3월

2025년 1월 19-31일

2024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