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I (1-10일)
우연히 마음에 드는 장바구니(기껏해야 장바구니라니; 영어를 그대로 번역해서 '재사용 가방'이라고 부르겠다)를 발견했는데 공식 사이트에도 없고 한정판이라 그런지 너무 비싸더라... 찾아보니 그나마 제일 싼 방법은 일본에서 직구하는 건데, 그 직구 가격 자체도 한정판이란 이유로 비쌌다. 그래도 혹시 몰라 번역기를 돌려가며 일본 공식 사이트에 가입하고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지만 막상 주문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히, 그 재사용 가방을 파는 곳이 국내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가방의 공식 사이트에는 없지만, 한정판 테마 관련 브랜드 쪽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여전히 비싸지만 그래도 고민하다가 사고 말았다. 이미 나에게 재사용 가방은 상당히 많지만... ^^; (대부분 Peanuts 시리즈)
그나저나 전에는 일부 재활용한 걸 섞은 나일론 가방이었는데, 요즘은 죄다 폴리에스테르로 되어 있네... 나일론 가방보다 조금 더 두께가 있고 덜 부드러우면서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점심 시간에 식사 대신 영화를 보러 갔다. 전에 지나가다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는데, Elvis Presley의 공연 일부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20대의 Elvis를 좋아했다. 그 때 나도 20대 후반 쯤 되었던 것 같은데, 당시 내가 본 Elvis는 화려한 나팔바지에 구레나룻을 기른 느끼한 모습이 아닌, James Dean 느낌이 나는, 반 정장을 입고 단정한 모습에 수줍은 듯 하면서도 노래는 너무나도 연륜이 느껴지게 잘 부르던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게 (흑백) TV에 나왔을 때, 당시 빠순이들이 귓청이 떨어져라 소리를 지르던 모습도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40대의 Elvis는 살찌고 느끼한 모습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영화를 보니 생각처럼 살찌고 느끼하진 않았다. 역시 노래는 잘 했고... 구레나룻은 보니까 Elvis 말고도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거의 다 있었던 걸로 보아, 그냥 그 당시에는 그게 일반적인(?) 헤어스타일이었나 싶기도... 많은 루머에 시달렸지만 그는 술/담배도 하지 않는 의외로 성실한 사람이었다. Rock'n'roll 뿐 아니라 gospel 노래도 많이 불렀던 걸로 보아 아마 독실한 신자였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미국인들이 그런 거 좋아하기도 하지...) 여튼 아주 조금은 지루한 부분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젊은 관객이 주를 이루던 그 영화관이 언제부터인가 어르신들로 가득해서 좀 당황스럽긴 한데, 일부러 고른 그 작은 상영관에도 역시나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어르신들이었다. ;; 아마도 Elvis의 음악을 좋아하던 세대들이라 그렇겠지. 내가 이상한 거겠지... ;;; (생각해 보니 10여 년 전에 뉴욕에서도 Jerome Kern 노래를 어느 가수가 부르고 설명하는 세션에 가 봤었는데, 무슨 노래교실 같은 느낌(=큰 공연장 아님)에, 참석자들은 모두 백인 어르신들... 거기 현지인도 아닌 젊은 아시안 여자 관광객(?)이 왔으니... 노래는 좋았지만 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역시 내가 이상한 거였어;;)
어쨌든 머릿 속에 고정관념처럼 있던 Elvis의 모습과는 의외로 달랐다. 생각보다 날씬했고 딱히 느끼하지도 않았다. 여전히 그에게는 유머가 있었고, 팬서비스도 좋았고, 노래도 과하게 열창하는 느낌이 없었지만 그래도 가창력이 좋았으며...
안타까운 부분은, 인터뷰 중에 '아직 유럽을 가 보지 못했는데 유럽에도 가서 공연하고 싶고 일본도 가고 싶고...' 그런 말이 있었는데, 영화 마지막에 나온 자막을 보니 죽을 때까지 미국 내에서만 공연을 한 모양이다. 해외에서 공연한 적이 없다고 하는군... 하루에도 두어번씩 공연하던 걸로 보아, 거의 공연하는 기계처럼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해외여행이 그 당시 지금처럼 누구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그런 때는 아니었겠지만, 그래서 저런 아티스트들은 오히려 월드 투어를 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리고 실사판 Moana 영화도 봤다. Moana의 만화 버전은 나에게 추억이 있다. 8년 전 뉴욕 Astoria에서 야외 상영 영화를 보고 싶어서 일정 보고 겨우겨우 힘들게 찾아갔던 곳... 주말이라 그런 건지 여튼 검색과는 달리 버스는 내가 생각했던 곳까지 가지도 않고 서 버렸고, 나는 거기서 헤매다 결국 Uber를 불러서... 무료 영화를 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가야 했다.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 싶었지만 이왕 나온 거 고민하다가 Uber를 탄 기억이...) Moana가 내 취향일지 확신도 하지 못한 채로 갔는데, 도착해 보니 그 곳에 여행객은 나밖에 없어 보였다. 죄다 그 동네 사는 가족들... 아이들과 그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이 거의 100%였던 것 같다. (하긴, Manhattan을 기준으로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이긴 했다. Astoria에 있던 나도 같은(?) Astoria인데 그렇게 헤맸으니...) 어느 운동장/놀이터 같은 곳이었는데, 그래도 작은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숙소에서 만들어서 가지고 나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혼자 한쪽 구석에 앉아 영화를 봤다. 물론 Disney의 만화들이 인기가 있긴 하지만, 원주민들 이야기가 그렇게 인기있을 거라고는 솔직히 몰랐는데, 그 만화의 주제가 How Far I'll Go가 나올 때 모든 아이들이 떼창으로 따라부르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나는 이 노래도 몰랐으니...) 여튼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혼자 또 낯선 길을 헤매면서, 그래도 지도를 보면서 30분 여를 걸어서, 중동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보이던 동네(이제서야 찾아보니 "Little Egypt"라는 동네도 있다는데, 아마 그 쪽이었겠지?)도 지나갔었는데, 사실 조금 무서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걸어갔던 기억도 난다. 뉴욕에서 야외 상영 영화를 몇 번 봤었는데, 가장 찾아가기 힘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봤던... 그리고 전에 본 적 없었던 (만화)영화이기도 했고.
어쨌든 그 영화가 엄청 좋았다고 하긴 애매하지만, 그래도 실사판이 나왔다는데 심지어 남자 주인공인 Maui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Dwayne Johnson(The Rock!)이 실사판에 실제 Maui 역으로 나온다니 그것도 신기해서 볼까 하고 있다가, 마침 시간이 맞아서 보게 되었고... 재미있게 봤다.
만화의 Maui는 덩치가 크고 통통한 느낌이었는데, 실물로 Dwayne이 연기하니 그보다는 근육질의 액션 느낌 캐릭터가 되었다. 근데 민머리인 그가 긴 파마머리의 가발을 쓰고 연기하니 조금 웃기기도 했다.
이게 10년 전에 나왔다는 Moana의 원래 만화 버전. Moana 2도 나왔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거 내가 봤던가... 안 봤던 거 같기도 하고... ;; 여튼 이 영화 재미도 있었고 예전 추억도 생각났고 영화관 좌석도 리클라이너로 되어 너무 좋아서 편하게 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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